
중동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나프타(Naphtha) 수급 불안이 산업 전반을 넘어 생활 물가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전방위 규제 완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일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통관 절차 간소화는 물론 화학물질 및 포장재 규제를 한시적으로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해 입항 전 사전 통관 제도를 도입한다. 기존의 복잡한 하역 및 보세구역 반입 절차를 생략해 원료가 도착하자마자 공정에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가동한다. 특히 수입 시 3개월 이상 소요되던 화학물질 유해성 시험 절차를 시험계획서 제출만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여 기업들의 원료 확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물류비 부담 경감책도 시행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발 운임이 1년 새 600% 이상 폭등함에 따라, 정부는 우회 항로 이용으로 발생한 추가 운임 상승분을 관세 과세 가격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운임 상승이 관세 부담을 높이고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다.
실생활과 밀접한 포장재 분야의 규제 문턱도 낮아진다. 식품과 의약품 등 필수 소비재의 경우, 원료 수급 상황에 따라 포장재가 바뀔 때마다 기존 재고를 폐기하지 않고 스티커 표시 등을 통해 즉시 대체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의약품 원재료 변경 시 발생하는 품목허가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아스팔트나 차량용 요소 등 수급이 불안정한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 물량 방출과 공사 시기 조절 등을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할 계획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정부가 가용 가능한 모든 행정 수단을 동원해 물가 방어선 구축에 나선 가운데, 이번 조치가 실제 산업 현장의 병목 현상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