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회원국 가입 협상을 본격 재개하기로 하면서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유럽 공급망 재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외교 현안을 넘어 향후 수년간 유럽 경제 질서와 산업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4일(현지시간) 유럽 외교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가입 협상 과정에서 법치주의, 사법개혁, 공공행정 개혁 등을 포함한 첫 번째 협상 단계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관련 안건은 이달 중 열리는 EU 장관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는 2022년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한 뒤 2024년 공식 가입 협상에 돌입했지만 이후 일부 회원국의 반대와 정치적 이견으로 협상 진전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헝가리였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내 헝가리계 소수민족 권리 보장 문제를 이유로 가입 절차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나 최근 헝가리 정권 교체와 양국 간 협상 진전으로 반대 기류가 상당 부분 완화되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EU 회원국들이 협상 진전에 동의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며 “유럽 공동체 편입을 향한 과정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상 재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회원국 확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EU 시장에 편입될 경우 전후 재건사업 규모가 수백조 원에서 수천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로·철도·항만·에너지 시설 복구는 물론 정보통신, 주택 건설, 산업단지 조성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
특히 유럽이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농업, 광물, 에너지, 제조업 분야의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몰도바 역시 EU 체제 편입을 통해 동유럽 물류와 경제 협력의 연결고리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산업계도 관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철강·기계·에너지 설비 기업들 역시 향후 수주 기회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방산업계 역시 나토(NATO) 기준에 맞춘 인프라 구축과 안보 협력 확대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에도 간접적인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에는 산업용 기계부품, 금속가공, 특수소재, 자동차 부품 생산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향후 유럽 재건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대기업 공급망을 통해 관련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EU 가입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기준, 시장경제 체제, 반부패 제도 구축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최종 가입까지는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재개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여부를 넘어 유럽 경제권 확대와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협상 속도와 회원국들의 추가 합의 여부에 따라 유럽 재건시장 규모와 산업 협력 방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