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포화 속에 멈춰 섰던 세계 에너지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에 다시금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란과 오만이 해협 통행 규칙을 조율 중인 가운데, 오만 국적의 대형 선박들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강요하는 ‘북측 항로’가 아닌 기존 국제 항로를 통해 진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이번 항행에는 지난달 단 한 척도 통과하지 못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포함되어 있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만 국영해운사(OSC) 소유의 초대형 유조선 2척과 LNG 운반선 1척이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선박이 이란 측이 통행료 징수를 위해 유도하는 좁고 얕은 라라크섬 안쪽 항로를 거부하고,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정한 기존 항로 인근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란과 오만이 작성 중인 ‘호르무즈 의정서’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에 1배럴당 최소 1달러의 통행료를 요구하며 해상 통제권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오만은 이란과 해협을 마주 보고 있는 당사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이란과 유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특수한 지위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오만 국적 선박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해협 통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막혔던 에너지 공급망을 일부 정상화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송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진입한 LNG선은 비어 있는 상태로 파악됐으나, 전쟁 발발 이후 걸프만을 통과하는 최초의 LNG선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에너지 대란의 파고 속에서 오만이 열어젖힌 이 작은 틈새가 글로벌 가스 가격 안정과 공급망 정상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