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가 동시에 집중되면서 대규모 투자 확대와 공급 과잉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SK하이닉스를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돈나무’에 비유하며 정부와 투자자들이 더 많은 투자와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를 시작하며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을 확대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HBM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면서 향후 대규모 현금 창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현재 실적보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자할 것인지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생산시설과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AI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투자 확대 요구를 받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문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적인 생산시설 확대가 향후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향후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공급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라 가격과 기업 실적이 크게 움직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경우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도체 집중 현상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경우 투자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반드시 주주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이 생산시설 확대에 집중될 경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진출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경제와 증시가 반도체 산업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으로 SK하이닉스를 향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 확대와 공급 과잉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앞으로의 핵심은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보다 시장 수요에 맞춘 투자 속도 조절과 수익성 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