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유인 뒤 감금·고문…사형제 없는 캄보디아서 최고 수위 처벌
경북 예천 출신 피해자 사건에 현지 법원 중형 판단
동남아 범죄단지 인신매매·취업사기 위험성 다시 부각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을 감금하고 장기간 가혹행위를 가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 국적 피고인 6명 전원에게 현지 법원이 종신형을 선고했다. 캄보디아가 사형제를 두고 있지 않은 만큼 사실상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형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과 수사당국 발표에 따르면 캄보디아 남부 깜폿주 법원은 28일(현지시간)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살인, 불법 감금, 고문, 조직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피고인 6명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장기간 폭행과 가혹행위에 노출됐으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와 진술, 법의학 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피고인들의 범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물품에 대해서도 몰수 명령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인 박 씨는 해외 취업과 관련된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출국했으나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후 지난해 8월 캄보디아 남부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과 캄보디아 수사당국의 공조 조사 결과 박 씨는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감금된 상태에서 여러 범죄단지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과정에서는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 강압적 행위가 있었던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조직 범죄 네트워크 내부에서 사실상 인신매매 형태로 이동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최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취업 알선이나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외국인을 유인한 뒤 범죄단지에 감금해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사기에 강제로 동원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범으로 지목된 리광하오는 사건 발생 이후 도주를 이어갔으나 한국 국가정보원과 캄보디아 경찰의 공조 수사 끝에 지난해 검거됐다. 수사당국은 검거 과정에서 추가 조직원들도 함께 체포하며 범죄조직의 운영 구조와 자금 흐름 등을 추적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동남아 지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초국경 조직범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구인 광고나 해외 취업 제안 가운데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수사기관과 동남아 국가 간 국제 공조 체계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범죄조직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만큼 피해 예방과 검거를 위해서는 국가 간 정보 공유와 공동 수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 법원의 이번 종신형 선고로 형사 절차는 일단락됐지만,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