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그동안 엄격히 제한해왔던 살상무기 수출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방위정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무기 수출 결정 과정에서 국회의 사전 승인이나 견제 장치를 배제하고 ‘사후 통보’ 방식만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내부에서도 민주적 통제권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사일·전투함까지 수출… ‘전수방위’ 원칙 형해화
4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살상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에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 등 비전투 목적의 5개 용도로만 제한했던 수출 규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데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일본은 미사일과 호위함 등 인명을 살상하거나 파괴력을 지닌 본격적인 공격용 무기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이 고수해온 ‘평화헌법 9조’와 ‘전수방위(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어력을 행사한다)’ 원칙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조치로 풀이된다.
NSC 독단 결정 후 국회엔 ‘나중에 알림’… 야당 격분
더욱 논란이 되는 지점은 수출 결정의 절차적 투명성이다. 일본 정부는 살상무기 수출 여부를 총리 직속 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심사만으로 결정하고, 입법부인 국회에는 사후에 통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일본 야당은 살상무기라는 민감한 품목의 특성상 국회의 사전 보고와 엄격한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사후 통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사실상 행정부가 무기 수출의 전권을 휘두르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일본 정계에서는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한 야권의 거센 반발과 입법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아베 정권부터 시작된 ‘무기 수출 대국화’의 완결판
일본은 오랜 기간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왔으나, 지난 2014년 아베 신조 정권 당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하며 규제의 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예외 규정을 야금야금 확대하며 방위 산업의 외연을 넓혀왔고,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마지막 빗장이었던 ‘살상무기 제한’마저 걷어내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지침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6월 자민당 안보조사회 간부 회의에서 최종 정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일본의 이 같은 행보는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회귀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주변국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