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전력난에 시달리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에 나섰다. 기록적인 폭염과 전력 수요 급증으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자 미국이 이를 계기로 아시아 에너지 시장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미래포럼에 참석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랜도 부장관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이 단기적인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구축할 수 있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동남아시아의 심각한 전력난과 맞물려 있다.
베트남 기상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졌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 전력 소비량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베트남 전력공사(EVN) 자료에 따르면 일일 전력 사용량은 지난달 말 11억7100만kWh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해 당국이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7월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엘니뇨 영향으로 강수량이 감소할 경우 수력발전 비중이 높은 베트남의 발전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LNG와 LPG 공급 확대를 통해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미국은 최근 유럽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산 LNG 도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산 LNG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산 가스 수입 비중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IEEJ)는 일본의 북미산 LNG 장기 계약 물량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업계는 미국의 LNG 공급 확대가 단순한 자원 수출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연결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각국의 에너지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