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월가 주요 투자자들은 오히려 전후 재건과 안보 인프라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드론 방어 시스템과 지하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자본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6’에서는 중동 전쟁 이후 글로벌 안보 질서와 재건 시장을 둘러싼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10년간 진행될 인공지능(AI) 투자와 함께 중동에서도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걸프 지역은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 인프라 구축이 필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전쟁에서 드론이 핵심 공격 수단으로 부상한 점을 언급하며 지하화 시설과 방공 시스템 구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000달러짜리 드론 하나가 국가 안보를 흔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향후 수조 달러 규모의 자본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핑크 CEO는 이 같은 안보 인프라 구축 사업이 정부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자본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블랙록 같은 글로벌 투자 자본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 역시 중동 전쟁 이후 안보 환경 변화가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 위협 감소와 안보 강화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핀 CEO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도 미국 경제가 과거 오일쇼크 시절과는 다른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연비 개선과 에너지 효율 향상, 셰일가스 기반 에너지 자립 확대 등이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내놓았다. 특히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개발도상국 경제 충격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유가 상승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 상당수는 그렇지 못하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역시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AI와 안보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투자 흐름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드론 탐지 시스템, 지하시설 건설, 사이버 방어망,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이 향후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핵심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 재건 사업과 글로벌 안보 투자 확대 흐름이 방산·에너지·AI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