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제품처럼 차 만들려던 IT의 오만, 안전 중시하는 자동차 벽 못 넘었다 현대차-애플 결렬과 판박이… “제조업 우습게 본 결과” 비판도
‘테슬라를 잡겠다’며 호기롭게 손을 잡았던 일본의 두 거물, 소니와 혼다가 결국 2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청구서만 남긴 채 갈라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업 중단을 넘어, IT 소프트웨어 권력과 전통 제조업의 하드웨어 철학이 얼마나 화해하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 “굴러가는 스마트폰은 없다”… 혼다의 뒤늦은 깨달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던 전기차 ‘아필라(AFEELA)’가 좌초된 결정적 이유는 ‘차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소니는 자동차를 언제든 업데이트하고 교체할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 디바이스’로 정의했다. 하지만 혼다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2~3년마다 갈아치우는 소비재로 취급하는 것에 극심한 거부감을 느낀 것이다.
결국 혼다 내부에서는 “제조의 본질인 안전을 무시한 채 IT 속도전만 따르다간 브랜드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졌고, 이는 2조 5000억 엔이라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판을 깨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 트럼프 리스크와 수요 절벽… ‘고급화 전략’의 패착 외부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자, 1억 원이 넘는 고가 전략을 고수하던 아필라의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졌다. 실리 없는 동맹보다는 내실을 기하겠다는 혼다의 계산이 선행된 셈이다.
◇ 현대차의 ‘애플카’ 거부, 선구안이었나 이번 소니-혼다의 파국은 과거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협업 논의를 중단했던 결정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당시 현대차는 단순한 ‘하청 생산 기지’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동맹을 거부했다. 이번 아필라 사례는 하드웨어 주도권을 잃은 협업이 얼마나 허망하게 끝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반면교사’가 됐다.
업계 전문가는 “자동차와 IT의 결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동맹’은 필패한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