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새 통화 사령탑이 백악관 무대에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전면에 내세웠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개 석상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라”고 언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국제 유가 상승, 미국 내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매파 연준’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정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을 통해 제17대 연준 의장 임기를 시작했다. 연준 의장 취임 행사가 백악관에서 열린 것은 지난 1987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이후 사실상 수십 년 만의 이례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치·경제 이벤트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고금리 장기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연준을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취임 직후 오히려 ‘정치와 거리 두기’ 메시지를 강하게 내놨다. 그는 연설에서 “연준의 존재 이유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를 지키는 데 있다”며 “정치적 압력이나 단기 시장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정책 성공뿐 아니라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구조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연준 정책 프레임의 경직성을 사실상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식에서 “워시 의장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일하길 바란다”며 “백악관은 물론 나 자신조차 의식하지 말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발언과 별개로 향후 금리 정책을 둘러싼 행정부와 연준 간의 긴장 관계가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월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연준의 향후 금리 방향이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이 미국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과 미국 간 갈등 장기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확대 등으로 원유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 방어 우선론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최근 공개 발언에서 “인플레이션 재가속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조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금리 동결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기관은 내년 상반기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미국 통화정책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전임 의장인 제롬 파월이 연준 이사직에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워시 의장이 공격적인 정책 변화를 시도할 경우 내부 견제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새 연준 체제가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미국 경제 정책의 방향성과 글로벌 자금 흐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흐름은 달러 가치, 신흥국 자금 이동, 국제 원자재 시장, 글로벌 증시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인 만큼 향후 워시 의장의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