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수소 박람회 가보니… 세계 최대 충전소도 100% 그레이수소 기반 그린 생산비 2배 부담에 ‘현실론’ 택한 중국, 정부 지원 등에 업고 생태계 확장
탄소중립이라는 명분보다 ‘수소 패권’이라는 실리를 택한 중국의 수소 굴기가 거세다. 전기료가 저렴한 중국조차 그린수소 생산비가 그레이수소의 2배에 달하자, 일단 저렴한 수소를 대량 공급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린은 아직 시기상조”… 그레이·브라운수소가 98% 장악 28일 막을 내린 ‘2026 베이징 국제 수소기술 및 장비 전시회(HEIE)’ 현장은 중국 수소 산업의 민낯과 저력을 동시에 보여줬다. 전시장에서 만난 기업들은 “궁극적으로는 그린수소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산업 전체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며 입을 모았다.
실제 중국 수소 생산량 중 태양광·풍력 등을 활용한 그린수소 비중은 단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브라운·그레이수소가 차지하고 있다. 탄소 배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를 고수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수소 가격은 ㎏당 20위안 미만으로, 일반 도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보조금’으로 닦은 수소 고속도로… 지방정부에 16억 위안 지원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시장 확산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시작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서 수소를 경제 성장의 핵심 축으로 선정했다. 특히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방정부에 최대 16억 위안(약 3,5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저장과 운송의 어려움을 자본력으로 돌파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 덕분에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닮은 수소트럭 ‘H49’와 수소 스쿠터 ‘칭마얼’ 등 혁신적인 상용차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韓, ‘그린’에 집중할 때 中은 ‘규모의 경제’ 실현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의 수소 전략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이 청정 수소(그린·블루) 인증제 등 친환경 기준 강화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그레이수소로 다져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소 경제의 표준’을 장악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 수소 산업 전문가는 “그레이수소 인프라는 결국 그린수소용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며 “중국이 저렴한 수소 가격을 무기로 상용차 시장을 먼저 장악할 경우, 기술력 우위를 자신하는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