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라면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가격을 올린 농심·오뚜기·팔도는 인하 압박에 진퇴양난에 빠진 반면, 가격을 동결했던 삼양식품은 글로벌 매출을 무기로 독자 노선을 걷는 모양새다.
원자재·환율 폭등에 사면초가… 농식품부 “물가 안정 협조하라”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국내 주요 라면 4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사실상 가격 인하를 강하게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밀가루 가격은 하락세라지만 라면 제조의 필수 재료인 팜유 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이 1,490원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7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고환율과 고유가라는 이중고 속에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로서는 선뜻 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매출 80% 삼양식품의 ‘배짱’… 인상 안 했으니 인하 압박도 ‘남의 일’ 반면 삼양식품은 경쟁사들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할 때 홀로 동결 카드를 꺼내 들었던 덕분에, 정부의 인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를 점하게 됐다.
삼양식품의 이러한 여유는 탄탄한 수출 실적에서 나온다.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구조상 고환율 상황이 오히려 달러 환산 이익을 늘려 원가 상승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당분간 인위적인 가격 조정 없이 자체적인 경영 효율화를 통해 비용 압박을 이겨내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