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공급 차질에 유럽·아시아 수입선 전환… 美 수출 7개월 최고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자 주요 수입국들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면서 미국산 원유 수요가 급증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크게 위축되면서 원유 수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당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통로로,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파급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월 말 이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기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던 수입업체들은 새로운 공급선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대서양 분지 지역이 대체 공급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양 분석업체 클레퍼(Kpler)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71척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시기 평균 27척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수요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정보업체 아거스 미디어의 데이비드 헤이든은 “유럽과 아시아의 구매자들이 미국 멕시코만 연안을 포함한 대서양 지역에서 선적되는 원유를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요 이동은 미국 원유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해운 컨설팅업체 드류리는 4월 초 기준 하루 원유 선적량이 약 520만 배럴에 달해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변화가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기존 공급망 구조가 재편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 흐름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공급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취할 경우, 미국산 원유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다시 중동산 원유로 수요가 회귀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중동 정세와 해협 정상화 여부가 글로벌 원유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