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금융시장에서 공매도 투자로 이름을 알린 헤지펀드 매니저 파미 콰디르가 투자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한국 증시에 뛰어든다. 기업의 하락에 베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저평가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방향을 바꾸면서 국내 증시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콰디르는 자신이 설립한 헤지펀드 사프켓센티넬(Safkhet Capital)의 운영을 종료하고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행동주의 투자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에 사무소를 마련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콰디르는 월가에서 회계 부정과 지배구조 문제를 분석해 공매도 투자에 활용하는 전략으로 명성을 쌓았다. 과거 글로벌 제약사 발리언트와 독일 결제기업 와이어카드의 부실을 파고들어 공매도 수익을 거두며 ‘암살자(The Assassin)’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의 투자 활동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티 머니(Dirty Money)’와 HBO 드라마 ‘인더스트리(Industry)’의 소재로도 소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반대 전략을 선택했다. 주가 하락이 아닌 상승 가능성에 투자하는 ‘롱(Long)’ 전략으로 전환하고, 첫 무대로 한국을 낙점했다.
콰디르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를 집중 분석하며 투자 대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보다 기업가치 대비 낮게 평가받는 주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상장사가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투자 기회로 판단했다.
WSJ와의 인터뷰에서 콰디르는 “그동안은 지배구조 문제가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며 “이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코스피 상장사의 상당수가 장부가치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공매도 투자 과정에서 축적한 기업 분석 능력을 자사주 매입·소각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 활동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행동주의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초기에는 중소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선 뒤 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자사주 소각 확대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역시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하며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해외 대형 투자자들의 잇따른 한국 진출이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글로벌 시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중심 제조업 시장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AI 산업 성장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는 투자시장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