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드컴 실적 실망감에 투자심리 위축…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10% 넘게 하락
엔비디아·AMD·마이크론 등 일제히 급락… AI 수혜주 중심 차익실현 매물 쏟아져
美 고용지표 호조에 금리 부담 재부각… 국내 반도체주 영향에도 관심 집중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감 속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미국 반도체주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 동안 뉴욕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AI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반도체 업종 시가총액이 약 2000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과 금융시장 자료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규모 매도세가 출회되며 주요 종목들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열풍에 따른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기업 실적과 거시경제 변수가 동시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였다. 브로드컴은 AI용 맞춤형 반도체 사업 성장세를 강조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반도체 종목들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커졌다.
여기에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인 점도 시장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금리 부담이 다시 부각되면서 성장주와 기술주 중심으로 차익실현 움직임이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미국 반도체 업종 대표 지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AI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마이크론, 마벨 테크놀로지, 브로드컴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시장 충격을 키웠다.
특히 엔비디아는 최근까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수혜주로 평가받으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왔지만 이날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마이크론과 AMD 역시 두 자릿수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급락을 장기 하락의 시작으로 보기보다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AI 산업 성장성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흐름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며, 최근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해소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역시 미국 반도체주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핵심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뉴욕 증시 변동성이 국내 시장에도 일정 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관련 종목들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이었다”며 “향후 미국 금리정책 방향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시장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