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드론과 정찰기 등 첨단 방위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떠오른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방산포럼에서 회원국들이 추진하는 대형 방산 계약을 공개했다.
이번 계약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유럽 국가들의 첨단 정찰 능력 강화다.
나토 회원국 11개국은 기존 미국 보잉 기종을 대체하기 위해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의 공중 레이더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약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와 핀란드, 독일, 노르웨이는 미국 노스럽그러먼의 트라이튼 무인 정찰기를 최대 5대 도입한다. 계약 규모는 약 27억 달러로 예상된다.
7개 회원국은 에어버스의 A400M 군용기 도입도 추진한다. A400M은 병력과 군수물자 수송뿐 아니라 공중급유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군용기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드론 대응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앞으로 5년 동안 대드론 전력 구축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 돈으로 60조원이 넘는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값싼 드론이 전차와 군사시설 등 고가의 무기체계를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드론 탐지와 요격 능력이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방위비 지출 확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인 방위비 증액 요구와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과 캐나다 등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방위비 부담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기까지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도 군사력 강화와 국방비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늘리는 동시에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보잉 기종을 스웨덴 사브의 레이더 시스템으로 교체하려는 계획은 유럽 방산기업을 중심으로 자체 방위산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첨단 정찰기와 드론, 방공체계 등 일부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 방산기업의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어 유럽의 군사적 자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늘어난 국방 예산이 미국산 무기 구매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대규모 방위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럽 기업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어 향후 미국과 유럽 간 방산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