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가 글로벌 IT 업계 최대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세대 냉각 기술인 ‘액침냉각’을 앞세워 미래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유럽 냉난방공조(HVAC) 전문기업 플랙트그룹(FläktGroup)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AI 시대 핵심 인프라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HVAC 코리아 데이터센터 컨퍼런스’에서 액침냉각과 수랭식 기반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AI 서버 증가에 따른 열 관리 중요성과 함께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차세대 냉각 기술 로드맵이 소개됐다.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단연 ‘액침냉각’ 기술이다. 액침냉각은 서버와 반도체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랭식 냉각 대비 냉각 효율과 전력 절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AI 서버는 고성능 GPU와 반도체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공랭 시스템만으로는 발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차세대 냉각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액침냉각 기술이 향후 AI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IT 기업들과 액침냉각 기술 검증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델(Dell), HP 등 글로벌 서버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침냉각뿐 아니라 CDU(냉각수 분배 장치) 기반 수랭식 냉각 솔루션 사업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플랙트그룹이 보유한 ‘리퀴드-덴코(Liquid-DENCO)’ 솔루션 역시 시장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최대 1.6MW 규모 대용량 냉각이 가능하며, 고밀도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기존 공조 시스템 대비 공간 효율성과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평택 P1 팹과 화성 DSR 등 주요 생산시설에 플랙트그룹 공조 시스템을 공급하며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향후 건설될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과 AI 인프라 시설에도 관련 기술 도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단순 반도체 제조를 넘어 AI 인프라·냉각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동시에 확보할 경우 AI 시대 핵심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냉각 기술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액침냉각 시장이 향후 수년간 고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발열이 훨씬 크기 때문에 냉각 기술 경쟁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플랙트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AI 냉각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