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국세청 페이스북
국세청이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거래 흐름을 분석·추적하는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거래소 데이터와 블록체인 온체인(On-chain)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최대 5년치 거래 흐름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와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 공고를 게시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제안서 평가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한 뒤 약 8개월 동안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올해 11월 통합 테스트와 시범 운영을 거쳐 12월 시스템을 개통하고, 안정화 기간 이후 2027년 1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스템 구축이 그동안 여러 차례 유예됐던 가상자산 과세가 사실상 시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시스템의 핵심은 거래소 자료와 블록체인 데이터를 결합해 납세자의 가상자산 이동 흐름을 재구성하는 데 있다. 거래소가 제출하는 거래명세서와 거래집계표, 해외 금융계좌 신고 자료 등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지갑 주소를 연결 분석하는 구조다.
특히 단순 거래 내역 조회 수준을 넘어 온체인 데이터까지 분석 범위에 포함되면서 에어드롭, 스테이킹, 디파이(DeFi) 수익 등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 소득도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탈중앙화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를 활용한 거래 흐름까지 일정 부분 추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세청의 이번 움직임은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 추적과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주요 국가들은 거래소 고객확인(KYC)과 거래 데이터 확보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역시 과세 시행에 앞서 거래 추적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행 체계상 가상자산은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무형자산 성격으로 분류돼 지방세를 포함한 약 22%의 기타소득세가 적용된다. 주식 투자와 달리 손실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투자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복잡한 거래 구조 역시 논란 요소다. 여러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거쳐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자산 특성상 납세자가 거래 과정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세금 추징이나 가산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디파이 서비스나 해외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는 과세 기준 자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과세 자체보다 명확한 기준 정립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가상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은 임시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이를 그대로 기타소득 과세 체계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소득 유형별 과세 기준과 과세 시점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마련돼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과세 시행 이후 투자자들의 거래 패턴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거래소(DEX) 이용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제도권 과세 체계가 정착되면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와 투자자 보호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