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철강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으로 분류됐던 철강주가 구조적 수요 변화 속에서 재평가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주요 철강사 주가는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형 철강사뿐 아니라 중소형 철강주까지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며 투자자들은 기존 건설·경기 의존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수요 기반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핵심 배경으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가 꼽힌다. 초대형 설비인 데이터센터는 구조물부터 전력 인프라까지 막대한 양의 철강을 필요로 한다. 특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경우 고강도 철근과 형강, 특수강이 대량 투입되며, 송전망·냉각 설비·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도 철강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 같은 수요는 기존 건설경기 의존형과 달리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특성을 갖는다. 업계에서는 철강 수요 구조가 경기 순환에서 벗어나 ‘인프라 기반 구조적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도 이에 맞춰 전략을 빠르게 조정 중이다. 단순 소재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용 강재, 전력망 인프라, ESS 구조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데이터센터용 봉형강과 판재 공급 확대를 추진하며 관련 매출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구조재와 비구조재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토탈 패키지’ 역량을 앞세워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AI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철강 수요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성장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은 대형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맞춤형 형강 제품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스코 역시 공간 효율을 높이는 구조재와 신재생에너지용 철강 제품을 통해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철강업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 감소와 맞물려 한국과 미국 철강사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주가 흐름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기대에 대한 경계도 함께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철강 수요 증가 요인인 것은 맞지만, 전체 수요 구조를 단기간에 바꿀 정도의 ‘게임체인저’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장비에 집중되는 만큼 철강 비중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철강 수요 확대 여부는 건설 경기, 글로벌 공급 상황 등 기존 변수와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산업 확대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철강 수요 구조가 점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높다는 데에는 업계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철강업계가 경기 민감 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산업과 연결될 수 있을지, 향후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흐름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