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일본이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 문제가 맞물리면서 한미일 3국의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결합한 SMR 협력이 글로벌 원전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3국이 체결한 ‘소형모듈원전 배치에 관한 협력각서(MOC)’와 관련해 인도태평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환영과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국가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MOC 체결 이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이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미일 3국은 지난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SMR 배치 협력을 위한 MOC에 서명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한미일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SMR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3국은 표준화된 SMR 노형을 기반으로 수출 대상국의 사업 자금 조달과 인력·산업 역량 강화는 물론 기술과 핵연료, 장비, 서비스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동일한 SMR 노형을 여러 기 연속 건설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와 사업 위험을 줄이는 프로젝트가 우선적인 지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미일이 SMR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원전 시장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 소비 증가로 세계적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원전 건설과 핵연료 공급망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글로벌 원전 건설과 농축 우라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현재 세계 각국에서 건설 중인 원전 가운데 상당수를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기업들은 우라늄 채굴부터 원전 건설과 운영, 폐쇄에 이르는 원전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미국은 미래 원전 시장의 핵심 분야로 평가받는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일 3국의 원전 산업 경쟁력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원자력 원천기술과 SMR 기술 개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은 대규모 원전 건설과 시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금융과 정밀기계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등 원자력 관련 기관들은 글로벌 SMR 시장이 2040년 최대 158GW, 2050년에는 418GW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2050년에는 SMR이 세계 원전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글로벌 원전 기업과 주요 국가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SMR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2030~2031년께 SMR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국제 협력을 통한 기술 격차 단축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일 3국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SMR 협력 논의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 MOC 문안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협력의 목적은 한미일 원전 기업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시작으로 글로벌 SMR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AI 산업 성장과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로 원전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미일 SMR 협력이 러시아와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원전 시장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