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기차의 상징인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한 듯 보이나, 내부적으로는 생산량이 인도량을 크게 앞지르며 5만 대에 달하는 유례없는 재고가 쌓이는 등 수요 둔화의 신호가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발표한 1분기 차량 인도량은 35만 8,023대로 지난해보다 약 6% 늘었으나, 시장 전망치인 36만 8,903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같은 기간 생산량이 40만 8,386대를 기록하면서 판매되지 못한 차량이 고스란히 재고로 누적됐으며, 이는 최근 수년 사이 가장 큰 폭의 공급 초과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러한 재고 급증을 수익성 악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통상 재고가 늘어나면 가격 인하나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불가피해지는데, 이미 수차례 가격을 낮춰온 테슬라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마진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셈이다. 여기에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며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경쟁 환경 역시 테슬라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의 BYD를 필두로 한 저가 모델 공세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현대차와 기아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판매 대열에서 약진하며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아이오닉5의 미국 판매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점도 테슬라의 고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기차 산업이 폭발적인 고성장기를 지나 완만한 둔화 구간인 ‘캐즘(Chasm)’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율주행과 AI 등 미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매출의 핵심인 자동차 판매 둔화와 재고 증가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실적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테슬라가 이 거대한 재고의 늪을 어떻게 탈출할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