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고위급 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국 간 종전 합의 이행이 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미국은 카타르에서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공식적으로 회담 일정이 없다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양국 간 군사적 충돌이 이어진 가운데 외교 협상마저 혼선을 빚으면서 중동 정세에 대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측은 29일(현지시간)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카타르 도하에서 이란 측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정치적 협상과 함께 기술 실무협의도 병행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종전 양해각서(MOU)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미국의 발표를 즉각 부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예정된 회담은 없다”며 이번 주 카타르를 방문하는 기술대표단 일정도 미국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전 양해각서의 특정 조항이 먼저 이행돼야 후속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역시 미국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이란도 합의를 준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일방적인 압박과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전쟁이 남긴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약 4개월간 이어진 무력 충돌로 미국 가정이 평균 1,000달러가량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휘발유와 디젤 가격 상승, 항공료 인상, 군사비 확대는 물론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높은 선박 보험료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이란은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절차를 준비하며 전국적인 보안 강화에 나섰다. 과거 최고지도자 장례식에서 대규모 인파와 유혈 사태가 발생했던 전례를 고려해 대규모 경비 작전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장례 기간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종전 합의를 완전히 파기할 의도는 크지 않지만, 회담 일정조차 엇갈리는 상황은 상호 신뢰 부족을 그대로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향후 도하에서 실제 협상이 성사될지 여부가 중동 정세와 국제 에너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