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란 갈등 사이서 자국 이익 극대화… 조정국 역할 톡톡
에너지 안보·국방력 증대 기회로 활용… “한일 협력 강화 고민할 때”
(대구경제뉴스=장호진 기자) 미·이란 전쟁이라는 글로벌 위기 상황 속에서 일본이 보여준 ‘영리한 틈새 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이란과의 끈을 놓지 않는 일본의 행보가 다극화 체제로 접어든 국제 정세에서 한국 외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전쟁을 기회로… 국방력 강화와 인질 석방 동시 달성 일본은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를 오가며 자국 이익을 치밀하게 계산해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24일 이란에 수감 중이던 일본인 정치범의 귀국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극에 달한 시점에도 이란과의 소통 채널을 가동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안보 분야다. 일본은 미국의 공격 동참 요구에는 국내법적 한계를 이유로 선을 그으면서도, 대규모 대미 투자와 미군 전투기 정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주변국의 경계를 받던 국방력 증대를 자연스럽게 관철시키는 ‘고단수’ 외교를 선보였다.
에너지 안보 확보… 254일치 비축과 공급망 다변화 에너지 확보 경쟁에서도 일본은 한발 앞서 나갔다. 254일분의 원유 비축 여력을 바탕으로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공동 비축 카드를 꺼내 들었으며,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재가동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등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휴전 합의 직후 주요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며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을 직접 챙긴 점도 눈에 띈다.
한국 외교의 과제… 전략적 모호성 넘어선 ‘적극적 역할’ 필요 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수세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의 대미 투자 기회를 일본에 선점당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국제 성명에 한 박자 늦게 참여하는 등 조정국으로서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평가다.
물론 한국은 대중 관계와 이란과의 물류망 등 일본보다 더 복잡한 지정학적 제약이 존재한다. 하지만 반도체와 방산 수출을 통해 높아진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글로벌 현안에 개입해야 한다”며 “특히 EU나 캐나다와 같은 중간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일본과의 협력 방안도 보다 능동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