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일정을 전격 취소한 직후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양국 간 대치가 한층 격화되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대이란 협상단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동에만 18시간이 걸리는데 의미 없는 대화를 하러 갈 이유가 없다”며 협상 무용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 내부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들의 지도부는 심각한 내분 상태에 있으며, 누가 실제 권력을 쥐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그들은 아무 카드도 없다”며 협상 주도권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당초 이란 측 요청으로 성사되는 분위기였다. 백악관은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등 협상단이 파키스탄으로 이동해 이란과 대면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란 국영 매체는 “미국과의 회담 일정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엇갈린 신호를 보냈고, 결국 협상은 출발 직전에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10분’ 언급이다. 그는 “우리가 협상 방문을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훨씬 더 나은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협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 발언의 구체적 내용이나 실제 제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일종의 협상용 압박 카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이미 두 차례 협상 시도가 무산된 상태다. 지난 11~12일 1차 협상은 결렬됐고, 2차 협상 역시 일정조차 확정되지 못한 채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이번 협상 취소까지 겹치면서 양국 간 대화 채널은 사실상 멈춰선 상황이다.
이란 측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파키스탄을 방문해 자국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는 선을 그었다. 이는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협상 결렬을 넘어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과 해상 봉쇄 문제가 겹치면서 중동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현재 상황은 협상 결렬이라기보다 힘겨루기 단계”라며 “양측 모두 내부 정치와 국제 여론을 고려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들이 대화를 원한다면 전화하면 된다”며 협상 여지는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강경 발언과 일정 취소가 반복되면서 양국 간 신뢰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가 다시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지, 아니면 갈등이 더욱 격화될지는 향후 양측의 추가 움직임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