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급격히 격화되면서 다음 달 예정된 정상회담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안보·관세·공급망 이슈에 더해 ‘기술 탈취’ 문제가 양국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25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 외교 공관에 공문을 보내 자국 AI 기술이 해외에서 무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각국 정부와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해 문제 제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실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핵심은 이른바 ‘AI 증류(distillation)’ 기술이다. 이는 기존 AI 모델의 출력 결과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미국 측은 이 과정에서 자국의 핵심 기술이 사실상 무단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해외 세력이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미국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 의회에서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가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요 AI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이 미국 모델의 결과물을 기반으로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는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술 기업들은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압박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주장이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자국 AI 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중국 역시 맞대응에 나섰다. 최근 당국은 자국 AI 기업들에게 정부 승인 없이 미국 자본을 유치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기술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 당국은 해외 기업의 자국 AI 기업 인수 사례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하는 등 통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중국 AI 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면서 기존 시장 구조에 균열이 생긴 점도 긴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에 따라 향후 글로벌 기술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