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단되자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하며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 주요 국가들이 중동산 에너지 공급 차질을 메우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LNG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이 단기간에 재편되는 양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량이 하루 평균 1290만 배럴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해운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아시아 지역으로 향하는 미국산 원유 및 LNG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급증세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으면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전쟁 이후 미국산 에너지가 사실상 ‘대체재’ 역할을 하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정유시설 상당수가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계돼 있어 미국산 원유를 처리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비 개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유럽 역시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에너지 공급이 외교·안보 문제와 결합될 경우 정치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한계는 존재한다. 미국 내 주요 원유 수출 인프라는 이미 가동 한계에 근접해 있어 단기간에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중동 지역 공급이 정상화될 경우 미국산 에너지의 가격 경쟁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고 중동산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경우, 현재의 수출 증가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여전히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