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자동차 부품 기업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기업 경영진의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인재(人災)’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74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의 결정적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본적이어야 할 ‘경보 시스템’의 부재였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침묵한 경보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 당시 울려야 했던 비상 경보음은 단 수 초 만에 멈춰 섰다. 현장 직원들은 “평소 오작동이 잦아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증언했다. 경보기가 울리다 꺼지는 사이, 대피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직원들은 불길과 연기를 직접 마주하고서야 사투를 시작해야 했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2층 헬스장의 비극은 이 짧은 ‘침묵’에서 시작됐다.
무허가 시설과 차단된 소방시설, 예견된 참사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안전공업의 실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공장 내부에는 허가받지 않은 나트륨 제조소가 운영되고 있었으며, 사고 예방을 위한 스프링클러조차 고의로 차단되어 있었다. “물과 반응하는 나트륨의 특성 때문”이라는 변명은, 위험 물질을 다루면서도 최소한의 안전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경영진의 무능을 방증할 뿐이다.
경영진 6명 출국금지, 법적 책임 피할 수 없다
사안의 위중함을 파악한 경찰은 손주환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6명에 대해 전격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디지털 포렌식에 착수했다. 누가, 왜 경보기를 수동으로 조작했는지, 그리고 시스템 부실을 알고도 방치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기업의 이름에 ‘안전’을 내걸고도 정작 노동자의 목숨은 안중에 없었던 안전공업. 이번 참사는 이윤 추구에 눈먼 기업 경영이 어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대구경제뉴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