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유럽연합(EU)과 멕시코를 상대로 대대적인 통상 대응에 나섰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와 멕시코의 관세 인상 조치가 국내 철강·자동차 부품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과 만나 국내 철강업계의 우려 사항을 전달하고 공급망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U는 현재 30개 철강 품목에 대해 관세 인상과 수입쿼터(TRQ)를 도입하는 이른바 ‘철강 공급과잉 대응법’을 추진 중이며, 오는 7월 시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U는 한국 철강업계의 핵심 수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철강 수출뿐 아니라 현지 자동차·가전 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망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의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 필요성을 설명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으며, EU 측은 향후 고위급 협의를 이어가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상황도 녹록지 않다. 멕시코 정부는 최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인상 조치를 시행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배터리·가전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멕시코 FTA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멕시코 경제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자동차 무관세 쿼터 확대와 가전 신규 쿼터 도입 등을 요청했으며, 양국은 장관급 전략대화와 실무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와 노동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변수까지 겹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EU가 배터리 산업을 ‘에너지 집약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제조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폴란드 등 유럽 현지에 생산거점을 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향후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산업계 역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철강 산업 비중이 높은 포항과 자동차 부품 기업이 밀집한 대구·경북 지역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통상 대응이 실제 관세 부담 완화와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져야 지역 중소 부품기업들의 연쇄 위기를 막을 수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역시 수출 중소기업 지원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