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을 포함한 남부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호남 지역이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수준의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갖춘 점이 기업들의 입지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과 충청권을 대상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투자 규모가 현실화될 경우 수백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검토 대상에는 기존 후공정 시설뿐 아니라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됐던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이 남부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방향은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정책과 맞물려 이달 말 예정된 민관 협의 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이다. 전남과 광주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집중 조성되면서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 대응 측면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전남 해남 솔라시도와 광주 첨단3지구, 장성 일대 등은 풍부한 전력 공급 기반과 산업용수 확보가 가능해 후보지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남 솔라시도는 대규모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 확대 계획을 추진하며 미래 반도체 산업단지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전남 신안 해역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화 건설부문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대명에너지 등도 해상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BESS) 구축 사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인프라가 향후 첨단 제조업 유치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반도체 공장은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 LNG 발전,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연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력망 확충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투자 계획이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향후 정부 정책과 기업 투자 방향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