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패권국 이란이 국제사회의 고립 작전에 맞서 핵과 군사력에 올인하는 ‘병영국가’로 급격히 선회할 수 있다는 불길한 경고가 나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 A. 헬리어 박사는 최근 분석을 통해 이란이 마주한 세 가지 갈림길 중 가장 파괴적인 ‘북한형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고립을 넘어, 중동 전체를 통제 불능의 화약고로 몰아넣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현재 주변국들은 이란이 외부와 단절된 채 서서히 국력이 쇠퇴하는 ‘쿠바식 연착륙’을 기대하거나, 혹은 이스라엘의 바램처럼 내부 분열로 자멸하는 ‘시리아식 붕괴’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헬리어 박사는 이러한 기대가 치명적인 오판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외부 압박이 거세질수록 체제 생존을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군사적 위협을 극대화하는 ‘북한식 생존 본능’이 이란 지도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이스라엘의 강경 일변도 대응은 이란을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쥐고 폐쇄적인 군사 강국으로 거듭난다면, 국제사회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중동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고립이 깊어질수록 흉포해지는 병영국가의 특성상, 이란을 억제하려는 서방의 전략이 오히려 ‘핵을 가진 괴물’을 탄생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금의 중동 전쟁이 어떤 결말을 맺든, 사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이란의 ‘북한화’를 막지 못한다면 더 큰 재앙이 기다릴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란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압박 중심의 전략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급한 시점이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