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이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반면, 이란 정부는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중동 정세의 최대 변수로 꼽혀온 핵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막판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매우 좋은 합의에 도달했다”며 “현재는 최종 문구를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합의는 수일 내 마무리될 수 있으며, 빠르면 이번 주말에도 서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획득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종 합의가 성사될 경우 현재 시행 중인 일부 긴장 완화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미국 측 발표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외교부 대변인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며 “이란의 핵심 국익과 레드라인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여러 차례 입장을 변경해 왔다”며 “이란은 국가 이익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한 최종 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카타르 등 중재국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 제한과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집중 협상을 이어왔지만, 세부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도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핵 물질 농축 제한과 중동 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상이 성사될 경우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물류비와 에너지 가격 부담도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만큼 실제 합의 체결 여부는 추가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외교가에서는 향후 며칠이 중동 정세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