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년 만에 추진되던 헌법 개정 논의가 여야 정면충돌 끝에 결국 멈춰섰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던 계획도 무산되면서 정치권 갈등이 한층 격화되는 분위기다.
8일 국회에서는 개헌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재상정 절차를 중단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 권한 구조 조정과 정치 제도 개편 등을 포함해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미 표결 절차가 진행된 안건을 같은 회기 안에서 다시 처리하는 것은 국회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충분한 협의 없이 개헌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헌안 재상정 자체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필리버스터 대응에 나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정치적 이유로 개헌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필리버스터 제도 개선과 국회법 개정 필요성까지 거론되며 강경 대응 기류도 나타났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 과정에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 의장은 산회 직후 “개헌 논의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후반기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개헌 무산이 단순한 입법 충돌을 넘어 향후 정국 주도권 경쟁과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국회의장 선출과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맞물리면서 개헌 문제가 다시 정치권 핵심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도 유감을 나타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개헌은 시대적 과제”라며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논의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헌 무산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추진이 문제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정치적 발목잡기라고 맞서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여야가 다시 개헌 논의 테이블에 앉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현재처럼 여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실제 합의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