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유료화하겠다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수에즈 운하처럼 통과하는 선박 한 척당 약 20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걷겠다는 법안을 마련하면서 국제 해운업계와 서방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란 외무부와 의회는 이번 조치가 “전쟁으로 인한 피해 보전과 해협 안보 유지를 위한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침략 행위와 무관한 국가들은 이란 당국과 조율을 거쳐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 선박은 철저히 차단하되, 중국이나 인도 등 우호국 선박에는 돈을 받고 길을 열어주겠다는 계산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은 약 3,2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 선박들이 이란이 제시한 통행료를 내고 해협을 빠져나갈 경우, 이란은 단숨에 64억 달러(약 10조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이란 의회는 이를 수에즈나 파나마 운하와 같은 정당한 서비스 대가로 포장하여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단순 통과를 이유로 통행료를 걷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이란은 해당 협약에 서명만 했을 뿐 비준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법적 공백을 파고들어 해협 통과를 이란의 ‘안보 서비스’ 제공으로 규정하고 그 대가를 요구하는 교묘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징수가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 유가와 글로벌 물가에 메가톤급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바닷길 통제’라는 극단적인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든 이란의 행보에 전 세계 경제가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장호진 기자 <주식 상승의 원리> 저자 daegunews.k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