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희토류·에너지 확보 경쟁 본격화
EU 합류로 美 중심 AI 공급망 협력체 영향력 확대
한국 기업에도 공급망 변화 대응 과제 부상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기술 개발을 넘어 반도체와 희토류, 에너지 확보 경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AI 공급망 협력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 유럽연합(EU)과 독일 등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첨단산업을 둘러싼 경제안보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AI 산업은 반도체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핵심 광물 확보 여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기술 동맹국들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AI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정상회의에서 EU와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의 신규 가입을 발표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와 칠레, 코스타리카, 카자흐스탄, 파나마 등의 추가 참여도 추진되면서 회원국은 24개국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지난해 출범시킨 AI 공급망 협력체로 한국과 일본, 영국, 호주, 인도, 이스라엘, 싱가포르, 카타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협력 분야는 반도체와 핵심 광물, 에너지 공급망은 물론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첨단 제조업까지 포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EU 합류가 단순한 회원국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AI 공급망 전략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유럽까지 확대되면서 사실상 글로벌 경제안보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은 AI 산업의 핵심 자원인 첨단 반도체와 희토류, 배터리 소재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급망 안정성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과의 경제안보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카자흐스탄은 희토류와 우라늄 등 전략 광물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각국 정부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 개발과 투자 유치가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반도체 생산 능력과 전력 공급, 광물 확보 능력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공급망 경쟁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산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팍스 실리카 확대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글로벌 공급망이 정치·외교 이슈와 결합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 산업 주도권 경쟁이 기술력뿐 아니라 공급망 확보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주도의 팍스 실리카 확대는 이러한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장호진 기자 daegunewsdes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