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프타 공급 차질에 이커머스 ‘비닐 대신 종이’… 포장재 대전환 조짐
[대구경제뉴스=장호진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포장재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여파로 비닐의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자, 이커머스와 식품업계가 앞다투어 종이 포장재 확보에 나서면서 제지업계가 뜻밖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비닐 포장재 재고가 1~2개월 치에 불과하다는 판단 아래, 이를 대체할 종이봉투와 골판지 박스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쟁 장기화 시 물류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제지 현장에서는 주문 폭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택배용 종이 포장재인 ‘크라프트지’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들은 최근 구매 문의가 평상시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비닐 쇼핑백을 대체하려는 수요 역시 전쟁 이전보다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이커머스 업계는 가벼운 상품 배송에 비용이 저렴한 비닐 포장을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나프타 공급망 붕괴로 비닐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종이 소재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비닐 재고가 버티고 있지만, 공급망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종이 포장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수요 급증으로 종잇값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이 고민”이라고 전했다.
제지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주요 업체들은 기존 생산 라인을 크라프트지 중심으로 전환하거나, 협력사들과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경 규제로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탈(脫) 플라스틱’ 흐름이 전쟁이라는 변수를 만나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며 “포장재 시장의 중심축이 비닐에서 종이로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