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계속되는 고유가와 엔화 가치 하락(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원유 선물시장 개입’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통상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넘어 원유 가격 자체에 손을 대서 엔화 약세의 고리를 끊겠다는 이례적인 전략입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최근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원유 선물시장 개입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대한 대대적인 의견 청취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원유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번 검토 배경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일본이 직면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엔 선을 위협하며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원유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가 폭증했고, 이것이 다시 엔화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가 외환자금특별회계 자금을 동원해 원유 선물 시장에서 대량 매도 주문을 낼 경우, 유가를 끌어내림과 동시에 엔화 가치를 방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행 일본 법상 외국환자금특별회계 자금을 선물 시장 안정화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위적인 개입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할 수 있고, 현물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선물 매도에 나설 경우 막대한 금융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글로벌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선물시장 개입을 ‘재앙적 수준의 시장 파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 또한 이란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선물시장 직접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이 전례 없는 이 카드를 실제로 꺼내 들지, 아니면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주는 ‘구두 개입’에 그칠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장호진 기자 <주식 상승의 원리> 저자 daegunews.kr@gmail.com
